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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광주충장로점 등록일 조회수
제목 로고가 돌아왔다 … 더 크게, 더 대놓고 2018-04-24 457

올 봄,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옷이나 가방을 보고 ‘어느 브랜드지?’라고 궁금해 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럭셔리 제품이라면 말이다. 물건 자체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와 상표가 그대로 박혀있는 신상품이 대거 등장하면서다. 그것도 더 크게, 더 확실하다는 게 특징이다.

펜디(네타 포르테 협업)는 알파벳 F 두개를 겹친 고유의 로고를, 루이비통과 코치는 각각의 브랜드 약자인 LV와 C를 가방·액세서리 등에 내세웠다. 이니셜이 아니라 아예 브랜드 철자를 그대로 박아둔 신상품도 한둘이 아니다. 겐조는 가방 전면에 KENZO를 선보였고, 디올·발렌시아가 역시 가방·구두·운동화에 Chirstian Dior, Balenciaga·Dolce & Gabbana라는 풀네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더 대놓고 로고를 드러낸 경우도 수두룩하다. 버버리·구찌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찍힌 티셔츠, 버클이 곧 로고인 벨트(코치, 돌체앤가바나)가 대표적이다.


럭셔리 로고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신분의 상징, 부의 과시를 위한 매개체였다.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럭셔리 제품도 아닌’ 걸로 치부될 정도였다. 그러다 2008년 세계적 경제 불황에 시장이 꺾이고 맥시멀리즘(과장주의)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로고는 힘을 잃어갔다. 때마침 셀린느의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내세우면서 단숨에 ‘촌스럽고 천박한’ 이미지로 전락했다. ‘로고리스(Logoless)’의 반격이었다.


.그러던 로고가 부활할 건 지난 1~2년 사이 불어닥친 복고 열풍이 이어지면서다. 경제·문화적으로 번성했던 90년대에 대한 향수의 힘이다. 소셜미디어도 한 몫했다. 사진 한 장으로 다수의 시선을 한 방에 끌어야 하는 SNS 특성상, 보자마자 눈길을 잡는 로고는 더할 나위 없는 비주얼이라는 이야기다. “음식·인테리어·가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무언가를 찾는 요즘이라면 로고만큼 적격인 디자인은 없다”는 게 패션 홍보대행사 ‘프레싱크’ 오제형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의문점은 남는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공략하겠다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구미에 맞는 것인가다. 이들이 어떤 세대인가. 유행보다는 나만의 취향, 과시보다는 가성비를 따져 소비한다는 이들에게 로고가 환영받을 대상인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트렌드 분석가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는 ‘뉴트로(Newtro)’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밀레니얼 이전 세대에게는 과거의 향수(복고·Retro)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새롭고 신선한(New) 디자인으로 다가오는 한 사례라는 것이다. 또 속물적이고 천박하다는 로고의 인식마저 전통적 기준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이를 소비함으로써 ‘일탈적 쾌감’을 느낀다.

로고의 부활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콧대 높던 럭셔리 업체들이 거리를 두던 스트리트 패션에 편승해간다는 사실이다. 실제 로고의 부활을 이끈 건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트멍’이 챔피온·DHL 등의 로고를 박아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여기에 리복·휠라 등 스포츠 브랜드가 뒤를 이었고, 지난해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 로고를 전면 배치한 제품들을 대박 히트시키며 절정을 이뤘다.



일각에서는 “로고 플레이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디자인 한계를 보여준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로고뿐 아니라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제품이 나온데다 고무나(구찌) 비닐(셀린느)처럼 싸구려 소재에 상표명만 찍고도 60만~100만 원대를 호가하는 가방을 내놓은 탓이다. 돌아온 로고, 시대의 흐름을 간직한 새로운 디자인이 될지, 시각적 개그에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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